복지자료

포스트코로나와 발달장애인의 삶
  • 작성일시2020/06/03 11:54
  • 조회수5,394

코로나19 확산세가 끝날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고 있다. 전국에 걸쳐 산발적인 감염이 지속되고 있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재난 상황 속에서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재난이 그렇듯 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특히 활동의 제약으로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 사태는 공포 그 이상이다.
실제로 확진 판정을 받은 장애인은 병실 부족으로 한동안 혼자 집에서 공포에 떨었으며, 입원 후에도 간병인이 없어 확진자로 입원해 있던 활동지원사의 돌봄을 받아야 했다. 감염 우려에 긴급 돌봄 서비스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24시간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던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생겼다.


발달장애인 87.0%, 생활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대한작업치료사가 전국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 1,58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기간, 발달장애인 및 가족의 건강과 생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0%가 현재 발달장애인의 생활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답하였다. 즉 100명 중 87명이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과 현재 생활 패턴 변화를 세부 영역별로 살펴보면, 외부활동이 7.45점에서 2.89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점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에너지 발산 및 조건이 4.16점, 수면이 2.23점, 식사가 1.49점, 의사소통이 1.36점 감소하였다.


[그림 1] 코로나19 이전과 현재 생활 패턴의 세부영역별 변화 정도
 
[그림 1] 코로나19 이전과 현재 생활 패턴의 세부영역별 변화 정도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으로 교육기관과 복지기관이 휴교·휴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 발달장애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지내게 되어 기존의 일상생활 루틴이 깨지고 생활 패턴에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립으로 인해 발달장애인과 부모는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의 87.8%는 정도와 유형의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스트레스를 도전적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 또한 발달장애인을 24시간 집안에서 돌보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건강 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느끼는 어려움은 시급한 지원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시급히 제공돼야 할 지원은 ‘마스크, 소독제 등 방역물품 제공’이 43.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방역이 된 안전한 장소에서 개별 및 소수 교육/돌봄 지원’ 42.2%, 경제적 지원 41.9%,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확대 27.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시급히 필요한 지원으로 돌봄과 경제적 지원임을 알 수 있다.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지원대책 마련 필요


우리 정부는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에 기반한 ‘k방역’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친화적인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까지는 다가서지 못했다. 장애에 대한 미흡한 이해는 오히려 발달장애인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먼저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이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유형별 검사방법이나 도움을 받는 방법, 감염 시 대응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한 돌봄의 책임을 지고 있는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경감해 줄 수 있는 대책과 함께 노동을 멈추고 돌봄을 수행하느라 발생한 소득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지원체계, 정보 및 의료시설의 장애 접근성, 생활지원 등이 필요하다.


정책연구부 송지현 선임연구원 sjh0322@dwf.kr

[ 참고문헌 ]
안서연(2020.3.19.). 코로나19 속 자폐 아들과 엄마 죽음이 남긴 과제는? KBS NEWS.
전국장애인부모연대(2020.4.8.). 코로나19 발생 80일, 1,585명의 부모가 말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