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자료

돌봄의 공간, 마을
  • 작성일시2020/02/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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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민선7기 슬로건은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 이다.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한 지역공동체의 육성은 민선7기 대전광역시의 중점 시정방향이다. 이를 위해 5개구 공동체 지원센터 조성, 시민공유공간 100개 조성,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 등 시민의 지역사회 참여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민약속사업들이 대전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돌봄은 다가오는 초고령화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역문제가 될 것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지역사회에서 격리된 어딘가로 보내놓는 방법을 제외하고 나면, 돌봄은 결국 이웃의, 마을의 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가족이 돌봄의 기능을 주로 담당하고는 있지만,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고 노인 가구가 50%에 육박하는 시대가 도래한 후에도 가족이 돌봄을 책임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마을이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세상에 대비하려면, 돌봄 의제를 발굴하고 대응방안을 스스로 강구하고 이를 주민자치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마을공동체 사업 속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
이미 마을을 돌봄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은 대전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창립 이래로 대전형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온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2019년 공동체 마을계획 수립 지원사업 결과를 보면, 18개의 참여마을의 주관단체 중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중구 목동)와 마을복지계획단(서구 정림동)이 포함되어 있으며, ‘복지’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은 단체들도 마을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의제들을 발굴했다. 어르신의 무료한 일상(동구 산내동 ‘산내동이야기’), 어린이, 노인, 장애인, 부녀자 등 취약계층의 안전문제(동구 용전동 ‘(사)용전동 주민자치 협의회’),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주민들을 위한 안정된 쉼터(서구 도마1동 ‘행복도마실’), 복지 사각지대에서 홀로 있는 어르신 돌봄(대덕구 오정동 ‘오정동 마을공동체’) 등이 마을계획 수립과정을 거치며 마을회의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마을총회에서 선정되었다.
주민들이 스스로 수립한 마을계획의 수립과정과 세부내용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마을계획과 마을복지계획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함을 알 수 있다. 대전 지역 최초의 마을복지계획인 정림동 마을복지계획을 예로 들면(그림 1), 돌봄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모든 주민들이 행복한 마을살이를 하기 위한 소소하면서도 꼭 필요한 사업들로 채워져 있다.

 

1) 이 글은 대전복지재단에서 2019년에 발간한 「대전형 돌봄서비스 모델 개발 연구」 중 ‘제5장 결론-제 대전형 돌봄서비스 모델의 기본방향-2. 주민자치 기반 공동체 돌봄 확산’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2) 대전광역시청 홈페이지-열린시장실-허태정의 매니페스토-공약실천계획-분야별 약속사업-시민이 주인 되는 시정 https://www.daejeon.go.kr/mayor/mayorContentsHtmlView.do?menuSeq=5230 참조
3)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47년이 되면 전국의 1인 가구 비중은 37.3%로 증가하고 17개 시도 모두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아질 것이다. 대전광역시의 1인 가구도 2047년에는 41.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전국으로는 49.6%로 증가하고 대전광역시에서도 45.6%에 이를 전망이다(통계청 보도자료(2019..12.16.), 장래가구특별추계(시도편): 2017~2047년).
4)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2019) 우리마을 스케치, 우리가 스스로 그려가는 마을(2019년 공동체 마을계획 수립 지원사업 결과자료집) 참조


<그림 1> 정림동 마을복지계획 추진전략 및 비전문 정림동 마을복지계획 추진전략 및 비전문


그 이름이 마을계획이든 마을복지계획이든 주관단체가 주민자치회든 지역사회보장협의체든 마을에서의 삶과 돌봄을 생각하는 주민들이 떠올리는 아이디어들은 서로 닮아간다. 대전 지역의 동 인적안전망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이나 통장처럼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활동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마을축제처럼 특별히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마을행사도 마을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이런 행사를 통해 취약계층과 일반주민들이 한데 모이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동 복지 및 행정에 대한 주민참여 활성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도 주민활동 공간 만들기, 마을기업 설립하기, 마을계획 세우기 같은 ‘마을 분야’ 사업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많은 주민들이기 때문에 노인이나 장애인, 아동처럼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구체적 사업내용이나 추진방식은 이른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과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결과는 사실상 중간지원조직(복지기관이냐 마을공동체 지원기관이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직능(사회복지사냐 마을활동가냐)에 근거한 ‘복지’와 마을의 구분이 얼마나 인위적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자치구나 시 수준에서는 기관의 전문성에 따라 중간지원조직이 나눠질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주민이 활동에 참여하는 동 수준에서는 주민이 참여하는 복지사업과 마을사업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대전광역시에서는 2019년 4개 구 8개 동(동구 가양2동, 서구 갈마1동, 유성구 진잠동·원신흥동·온천1동, 대덕구 송촌동·중리동·덕암동)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2020년에는 20여개 동으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 100억으로 확대되어 주민이 발굴한 지역의제를 바탕으로 지역사업이 진행되는 주민주도 자치행정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공동체 돌봄을 위한 의제가 발굴되고 지역주민의 공감대를 얻어 실제로 실천될 수 있다면 마을공동체를 토대로 한 커뮤니티케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마을’이냐 ‘복지’냐 논쟁은 주민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다. 양자 모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드는 활동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에게는 마을복지와 마을공동체 사업은 전혀 구분을 할 수 없는 통합체이다. 현재 다분히 이원화되어 진행되는 마을공동체 사업과 지역복지 사업을 주민활동 안에서 결합함으로써 마을을 돌봄의 공간으로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5) 김지영·주은주(2017) 동 인적안전망 강화방안 연구. 대전복지재단


김지영(대전복지재단 정책연구부장) jykim839@dwf.kr